▲ 정옥자 서울대 명예교수가 국학원 국민강좌에서 강연하고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대한민국를 이끌어가는 엘리트의 책임의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옥자 서울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은 지난 14일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에서 사단법인 국학원(원장 권은미) 주최로 열린 제163회 국민강좌에서 “선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엘리트 노릇을 제대로 했는가 책임을 졌는가였다. 지금 이 시대의 엘리트는 책임의식이 없다”라며 “법망(法網)만 빠져나오려고 한다. 법망을 나온다고 면해지는 것이 아니다. 양심의 문제이고 윤리 도덕의 문제인데 그것이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정 교수는 ‘조선시대 선비의 삶과 선비정신’을 주제로 조선과 현 시대를 비교하며 강의를 풀어갔다. 
 
“소위 엘리트가 책임의식을 져버린 것은 일제시대다. 책임은 없고 출세만 잘하면 최고인 줄 알아요. 왜 출세하려고 하는지 몰라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책임의식이 없는 엘리트가 많고 그들이 세상을 이끌어가니깐 문제가 됩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선비(士)란 성리학을 전공으로 삼고 그 이념을 실천하는 학인(學人)이다. 자신을 닦아서 학자관료인 사대부(士大夫)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 청중이 군자(君子)와 선비의 차이를 묻자 정 교수는 “군자는 의(義)가 중요하고 소인은 이해관계가 기준이다. 선비 중에도 군자가 있고 소인이 있다. 화이부동(和而不同)하지 못하면 소인선비가 되는 것이다. 공부는 군자가 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정옥자 서울대 명예교수가 국학원 국민강좌에서 강연하고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정 교수는 선비의 인격수양과 학문도야를 시작으로 과거에 급제해서 정치가가 되는 선비의 치인(治人), 외유내강(外柔內剛)과 청빈검약(淸貧儉約)으로 대표되는 생활태도, 의리와 명분의 가치지향, 문집을 남기는 것을 선비의 지적활동을 총결산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앞으로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야 할지 역사학자로서 한 마디 해달라는 청중의 질문을 받고 정 교수는 ‘평화사관’으로 답했다.
 
“부국강병(富國强兵)이 최고인 줄 안다. 누구를 위한 부국인가? 무엇을 위한 강병인가? 이것은 다른 나라를 침략하기 위한 제국주의 논리다. 이에 맞선 것이 민족주의였다. 일제시대에 우리가 독립운동을 했던 동력이었다. 그런데 민족주의가 지나치면 민족이기주의, 배타주의가 된다. 현재 뉴라이트 사관이 그렇다. 일본의 우익과 같아요. 그러면 갈등을 벗어나지 못 할 거에요. 이제는 평화사관으로 가야합니다.”
 

내달 14일 서울시청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열리는 제164회 국민강좌는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국내 탈북민 1호 박사)가 강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