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낙비 오는 소리인가 싶어 고개를 돌려 보니 폭포였다. 아, 저게 하루루(Haruru)폭포구나. 5월 30일 저녁 무렵 뉴질랜드 북섬 파이히아(Paihia)에 있는 하루루세계지구시민연수원(Haruru Falls Resort)에 도착한 우리를 제일 먼저 맞이해준 것은 하루루폭포였다. 물줄기는 흐릿한 가운데 멀리서도 소리가 제법 컸다. ‘하루루’는 마오리 어로 ‘큰소리(big noise)’라는 의미이다. 폭포가 좀처럼 볼 수 없는 말발굽 형태인데 경관이 뛰어나 도보여행 코스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폭포수는 하루루 강을 따라 와이탕이에서 바다로 이어진다.

▲ 5월30일 저녁 무렵 뉴질랜드 북섬 파이히아(Paihia)에 있는 하루루세계지구시민연수원(Haruru Falls Resort)에 도착한 우리를 제일 먼저 맞이해준 것은 하루루폭포였다.

하루루폭포 소리를 배경으로 남반구 밤하늘에서 별을 찾았다. 남십자성은 어디에 있는지. 어둠 속에 서 있는 야자수를 따라 깊게 호흡을 하며 천천히 걸었다. 폭포 소리에 몸과 마음, 뇌까지 맑게 씻겨 나갔다. 뉴질랜드에 도착하여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 탈색(脫色)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탈색’의 의미를 새겨준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이 떠올랐다.  

“뉴질랜드 명상여행은 탈색 과정이다. 일생을 살면서 탈색할 기회를 만나기는 정말 쉽지 않다. 하지만 뉴질랜드 명상여행을 통해서 탈색할 기회가 생긴다. 사람이 정말 탈색되지 않고는 사람이 해결해야 하는 5가지 건강, 성, 경제, 명예, 생사 등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 그건 정말 쉽지 않다. 그렇지만 뉴질랜드 명상여행은 자기 몸이 그동안 안 좋은 정보, 감정, 습관 등이 한 번에 다 빠질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한 번 탈색이 되면 사람이 해결해야 하는 5가지를 해결할 가능성이 생긴다.”

▲ 하루루폭포. 하루루는 마오리 어로 '큰소리'라는 뜻이다.

 

여행 출발하기 전까지 마음에 걸리던 것들이 걸리지 않았다. 문제라고 잡고 있던 것이 쉽게 놓이면서 몸과 마음이 정화되고 편안해졌다. 함께 폭포 소리를 듣던 이들도 몸과 마음이 절로 정화되는 듯하다고 말한다.

하루루 폭포에는 마오리 전설상의 동물 타니화(taniwha)가 살고 있다고 한다. 마오리 신화에 등장하는 이 상상의 동물은 바다나 호수, 계곡에 살며 꼬리가 크고 눈이 불꽃처럼 빛난다고 한다. 모습이 거대한 뱀이나 용, 거대한 물고기, 악어, 장어, 여러 가지로 전한다. 타니화는 사람을 해치는 무서운 동물이기도 하지만 신성한 힘을 가지고 있다. 마오리 친족집단 중에는 수호자, 또는 조상으로 여기기도 한다. 북도 동부와 북부 마오리에게는 각각 태평양에서 뉴질랜드로 건너 올 때 타니화가 안내자였고 수호자였다는 전설이 구전된다. 북도 서부에서는 타니화를 추장의 조상으로 여겼다.

 

마오리 어로 수호자, 관리자를 의미하는 카이티아키(Kaitiaki)는 단순히 보호나 관리에 그치지 않고 정신적 또는 물질적인 보호와 관리까지를 의미한다고 한다. 정신적 영역에서는 친족집단의 수호신, 타니화라고 한다. 마오리에게 타니화는 보호받고 보호해주어야 할 대상이다. 타니화가 지켜주는 하루루세계지구시민연수원에서 첫 밤, 몸과 마음이 편안하였다. 밤새 11시간 40분 비행기를 타고 와서 새벽부터 종일 돌아다녔어도 피곤하지 않았다. 초겨울이라지만 오히려 청량했다.

 

 하루루폭포는 하얀 쌀이 쏟아져 내리는 듯 물이 하얗게 부서졌다. 고요한 아침, 세상을 폭포가 깨웠다. 몸을 가볍게 풀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폭포를 바라보니 머릿속이 완전히 비워지고 마음이 무심해졌다. 폭포는 100미터쯤 멀리서 저 홀로 소리 내고 있다. 다시 탈색된다.

 

“Welcome to the Earth! You are an Earth Citizen!”(지구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당신은 지구시민입니다.)

 

날이 밝아 하루루세계지구시민연수원을 돌아보니 지구 그림과 함께 ‘Earth Citizen’ 이 얼른 눈에 들어왔다. 배꼽힐링을 소개하는 영어 안내문과 함께 지구시민, 지구시민운동, 지구시민리더, 지구시민선언문, 지구시민2020을 알리는 홍보물이 게시판에 가득 했다. 한국에서 내가 하는 지구시민운동이 멀리 남반구 뉴질랜드에서도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지구시민은 특정의 국가, 인종, 종교에 속하기에 앞서 우리는 지구에 함께 살고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고 지구가 소중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지구시민은 지구환경과 모든 생명을 보호하고 보존한다.”

 

“지구시민운동은 지구시민 1억 명(전 세계 인구의 약 1%)과 지구시민리더 100만 명-인간의 의식 수준을 높이는 데 필요한 임계치-의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글로벌운동이다.”

 

올 1월 뉴질랜드에서 열린 제1회 지구시민페스티벌에서 개정, 발표된 지구시민 선언문도 볼 수 있었다.

▲ 하루루세계시민연수원에서 지구시민, 지구시민운동의 의미를 되새겼다.

 

Earth Citizen Declaration(지구시민 선언문)

 

I am an Earth Citizen who loves and cherishes all humans and all life, as someone who has found my value and recovered my character.

(나는 나의 존재가치를 찾고, 인성을 회복한 사람으로서, 모든 인간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지구시민입니다.)

I am an Earth Citizen who contributes to making a healthy and happy family and a peaceful community.

(나는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과 평화로운 공동체 실현에 기여하는 지구시민입니다.

I am an Earth Citizen who lives for an Earth Village           where all of humankind lives as one family beyond nationality, race, and religion.

(나는 국가와 인종, 종교를 초월하여 모든 인류가 한 가족처럼 살아가는 지구촌을 위해 살아가는 지구시민입니다.)

I am an Earth Citizen who acts to protect and restore the global ecosystem so that the earth recovers its original beauty and vitality.

(나는 지구가 본래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회복하도록 지구 생태계 보호와 복원을 위해 실천하는 지구시민입니다.)

I am an Earth Citizen who takes part in the work of developing 100 million Earth Citizens 

for the evolution of the human consciousness and the advent of a new era of civilization on earth.

(나는 인류의식의 진화와 새로운 지구문명시대의 도래를 위해 1억 명의 지구시민을 양성하는 일에 동참하는 지구시민입니다.)

 

▲ 하루에도 사계절이 있다는 뉴질랜드. 하루루에 비가 내려 무지개가 떴다.

 

지구시민운동을 제안하고 지구시민운동연합을 설립한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이 올 1월 이곳 케리케리에서 한 강연의 일부도 있다.

“나는 사람들이 품은 꿈이 가진 힘을 믿습니다. 위대하고 아름다운 꿈은 사람을 위대하고 아름답게 만듭니다. 한 사람의 꿈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의 꿈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 영감을 주는 꿈을 케리케리에서 우리 함께 만듭시다.”

 

이곳이 세계지구시민연수원임이 실감되었다. 게시판을 샅샅이 보는 동안 내 개인의 문제는 너무나 사소하게 생각되었다.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의욕이 강하게 일어났다. 모두가 살만한 곳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그런 꿈을 품어도 되지 않을까.

 

하루루에 이슬비가 오더니 하루루 폭포 위로 무지개가 걸렸다.

 

협조 : 명상여행사(http://www.meditationtour.co.kr/, 02-558-17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