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1일 케리케리로 이동하여 지구시민운동 연합 뉴질랜드지부가 개척하고 있는 ‘마고홀리데이파크’로 간다. 케리케리(kerikeri), 파이히아(paihia), 와이탕이(Waitangi), 러셀(Russel) 네 개 도시와 150여 개의 섬을 묶어 베이 오브 아일랜드(Bay of Islands)라고 한다. 뉴질랜드 북섬에서도 최북단에 있는 지역으로 우리나라 다도해와 유사한 곳이다. 마오리 문화가 있는 북섬 최고의 휴양지로 꼽힌다. 케리케리는 마오리 어로 “땅을 파다”는 의미이다. 지명에서 말해주듯이 농업지대로 남아 있어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

▲ 뉴질랜드 북섬 케리케리에 있는 마고홀리데이파크에서 명상단이 숲 명상을 준비하고 있다.

마고홀리데이는 쭉쭉 뻗은 나무들이 무성한 숲이다. 숲 안으로 들어 갈수록 코끝이 향긋하다. 살갗을 스치는 공기가 맑다. 마고(麻姑, mago)란 한민족의 가장 오래된 역사서인 '부도지(符都誌)'에 나오는 '지구 어머니'이다. 숲으로 난 길 외 땅에는 잔디가 빈틈없이 자랐는데, 손질하는 사람이 있는 듯 가지런하다. 홀리데이파크라지만 놀이 시설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의자 몇 줄과 나무에 걸린 그네 두 개.

숲 속에 나무로 만든 긴 의자를 다섯 줄 놓아 그 위에 사람이 앉도록 하였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숲에서 명상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나무 사이로 걸어 들어와 흐르는 물을 보며 가만히 앉아 있으면 절로 힐링이 되는 곳이다.

기공으로 몸을 풀었다. 이번 명상 여행 일행 중에 기공트레이너인 김도헌 님이 함께하여 그 지도로 기공을 하였다. 몸이 쉽게 풀리며 따뜻해진다.

▲ 그네를 타는 것도 명상이 된다는 것을 이곳에서 처음 체험하였다.

소현정 명상여행트레이너의 안내로 나무의자에 앉아 편하게 호흡을 하며 눈을 감고 명상에 들어간다. 호흡에 집중하고 생각을 멈춘다. 의식은 있으나 아무 생각이 없다. 그대로 하늘과 땅과 나무와 물과 교감한다. 점차 나와 외부와의 경계가 없어지며 그대로 하나가 된다. 나무가 나이고 내가 나무이다. 나도 자연이 된다. 내가 자연이고 자연이 나이다. 깊은 숲에서 명상을 하니 자연과 쉽게 하나가 된다. 우아일체(宇我一體),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다. 자연을 훼손하는 것은 곧 인간을 훼손하는 것이리라.

“이곳은 가와가와 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루루세계지구시민연수원에서 마신 가와가와 차를 만드는 나무입니다.”

눈을 뜨자 소현정 트레이너가 가와가와 나무를 가리키며 말한다. 가와가와나무가 발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무성하다. 가와가와(kawakawa)는 뉴질랜드 북섬에 자생하는 식물로 마오리는 약재로 이용한다. 잎은 오래전부터 마오리가 애용한 약재이다. 또 하트 모양의 녹색 잎은 씻어서 차로 우려 마신다. 벌레 먹은 잎이 약효가 많아 선호한다. 과식으로 인한 위통, 소화불량에 잘 듣는다. 이 가와가와 나무숲에서 명상을 했다. 하트 모양 가와가와 나뭇잎을 코끝에 대고 향을 마셨다.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 산 속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번잡한 생각으로 가득찬 머리를 씻어냈다.

가와가와 잎은 의식에도 쓰는데 마오리 전통 집회장인 마라에(marae)에서 주인이 가와가와 잎을 흔들어 손님을 환영한다는 표시를 나타낸다. 장례식에서는 상주와 문상객이 애도의 표시로 가와가와로 만든 관을 쓰기도 한다. 가와가와 나무는 마오리에게 아주 중요한 나무이다.

가와가와 나무 군락지를 지나 그네로 갔다. 그네 명상을 할 것이다. 물 위로 뻗은 커다란 나무에 두 줄 그네를 매달았다. 그네에 앉아 몸을 밀면 앞은 허공이고 아래는 물이다. 폭이 10미터는 넘어 보이는 시내 위로 그네가 나아간다. 내려다보면 두려움이 생긴다.

“이 그네를 타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허공으로 날아가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줄은 잡는 것은 놓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무엇을 놓고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할까요? 다시 돌아오는 것은 복본(複本)의 의미를 새기는 것입니다.”

놀이터에서 아무 생각 없이 탔던 그네에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니 생각이 달라진다. 내가 만나는 새로운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자연과 하나가 된 세상. 홍익인간 이화세계가 이루어진 세상.

그네에 엉덩이를 살짝 얹히고 편안한 상태에서 얼굴 높이고 줄을 잡고 뒤로 물러나 두 발을 들었다.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며 몸이 날아가 물 위에 붕 떴다 순식간에 되돌아온다. 상쾌하다는 느낌도 잠시, 아무 생각이 없다. 그네는 타는 것도 명상이 된다는 것을 여기서 처음 알았다.

모두 한 번씩 그네를 탄 후 숲을 지나 풀밭으로 갔다. 그 사이에 비가 오더니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 그것도 쌍으로. 그 무지개 아래서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다시 명상을 하였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살아가는 의미는 무엇인가.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을 화두삼아 스스로 물어본다.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근원을 찾는 질문을 떠올린다. 인생은 저 흐르는 물과 같은 것이 아닐까.

▲ 우리 명상단을 반기는 듯 케리케리 마고홀리데이파크 위로 쌍 무지개가 떴다.

마고홀리데이파크에는 가와가와나무 외에도 황칠나무가 있다. 굵기나 크기로 보아 300년은 되었을 거라고 한다. 이 나무를 발견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이 이곳을 명상지로 가꾸면서 가와가와군락지와 황칠나무를 발견했다. 그 전에 이곳을 다닌 많은 사람들은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보면 보인다. 자연이 나이고 내가 자연이다.”

자연에 애정과 관심을 쏟으면 보이는 것이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명상여행'의 시간과 공간이 흘러가고 있다.

협조 : 명상여행사(http://www.meditationtour.co.kr/, 02-558-17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