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IQ 검사를 했을 때, 서로의 IQ를 놓고 친구들끼리 많은 얘기들이 오고갔던 기억이 난다. 또래 사이에 비밀보장(?) 규칙은 지켜지지 않아 IQ가 높게 나온 친구들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고, 반대로 낮은 친구들은 쑥스러워 얘기조차 못했다. 또래 세계에서 IQ 검사결과는 그 학생의 머리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두뇌능력평가의 기준이었던 셈이다.

▲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교수

지능지수 IQ(Intelligence Quotient)는 프랑스의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비네가 취학연령에 이른 아동들 중에서 정신지체아를 가려낼 목적으로 1905년 처음 고안한 것이 그 시초이다. 이후 ‘스탠퍼드-비네’ 방식이라 하여 일반인의 지능평가까지 확대한 개념으로 발전되었고, 언어, 수리, 추리, 공간지각의 4가지 요소로 구성된 것이 현대식 지능검사의 원형이 되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IQ는 한 사람의 두뇌능력을 적절히 표현할 수 없다는 끊임없는 논란에 시달리며 거센 비판에 직면해야 했고, 20세기 후반 들어 뇌에 대한 연구가 급진전되면서 그 논란은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왔다. 그 변화의 핵심은 단순하다. 지난 1세기동안 인간의 두뇌능력을 설명하는 단일개념으로 적용되어온 IQ로는 인간의 무한하고도 다양한 능력을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IQ 100년 역사를 저물게 했던 주인공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하버드대 하워드 가드너 교수가 발표한 다중지능이론(MI: Multiple Intelligence)이다. 종래의 IQ 위주의 두뇌능력평가에서 벗어나, 다중지능은 신체운동, 언어, 인간친화, 논리수학, 자기성찰, 음악, 공간, 자연친화 등 8가지 지능으로 나누어 인간의 뇌가 지닌 다양한 능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최근에는 실존지능이 추가로 검토되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람과의 관계를 잘 맺고 인간적 친화력을 갖는 것, 자연의 변화를 잘 읽어내는 것, 자신의 성찰을 잘 하는 것, 신체조절능력이 우수한 것 등도 모두 하나의 두뇌지능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들은 공부를 잘 하면 ‘머리’가 좋다고 말하고, 체육, 음악, 미술 등 분야에선 ‘재능’이라고 표현한다. 인간친화지능이나 자기성찰이 높은 것은 지능으로 보지조차 않는다.

인간의 두뇌능력평가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경영 및 비즈니스분야로 나아가면 훨씬 다양하다. 1995년 세계적 심리학자이자 경영컨설턴트인 다니엘 골먼(Daniel Goleman) 박사는 '감성적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하며 전 세계적으로 감정지수 EQ(Emotional quotient)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EQ는 미국 대기업들이 앞 다투어 도입하며 리더십의 새로운 능력지표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개인의 지적, 감성적 능력을 표현한 IQ, EQ가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문제를 푸는 능력인 SQ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직관, 혁신, 상상, 영감의 4가지 유형을 나누며 혁신적이고 창조적 사고의 중요성을 제시한 CQ(창조지능: Creative Quotient)가 21세기 정보화 사회에 진입하며 새롭게 부각되고 있을 만큼, 인간 두뇌능력에 대한 평가는 실로 다양하기 그지없다.

인간이 가진 두뇌능력을 평가하려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 어떤 나라보다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고, 부존자원이 없어 인재양성에 국가적 집중도가 대단히 높으며, ‘두뇌강국코리아’란 단어처럼 두뇌능력에 사회적 관심 또한 지대한 나라이니 말이다.

한국은 앞서 얘기한 다양한 지능지수가 대표적으로 가장 활성화된 나라이기도 하다. IQ 검사야 이제는 국가 단위로 시행하진 않지만, 다중지능검사를 비롯해 각종 심리검사를 유아기부터 해보려는 부모들의 관심을 보면 실로 놀라울 정도이다.

지능을 평가하려는 지난 시간의 역사 속에서 우리나라가 특별한 부분이 몇 가지가 있다.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는 두뇌훈련분야 ‘브레인트레이너’를 국가공인 민간자격으로 승인했다. 브레인트레이너 정의를 보면 “두뇌기능 및 두뇌 특성평가에 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이해를 기반으로 대상자의 두뇌능력 향상을 위한 훈련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지도할 수 있는 두뇌훈련전문가입니다.”라고 되어 있다.

물론 두뇌 훈련 수요가 급증하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관련분야 전문가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BrainGym Instructor/Consultant의 경우 80개국에 보급되어 학교, 회사, 운동선수들이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정부 차원에서 국가공인 자격체계로 운영하는 나라는 보기 드물다. 두뇌는 인간의 모든 의식 활동과 신체활동을 관장하고 있는 핵심 기관이므로 브레인트레이너의 적용 범위와 활동 영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비단 자격체계 뿐만이 아니다. 교육역량평가와 인재의 상징으로 손꼽히는 ‘올림피아드’ 부문에서도 우리나라는 특별한 올림피아드를 매년 개최해오고 있다. 수학, 과학, 물리, 천문, 화학, 정보 등 한 분야의 지식 평가를 중점으로 하는 기존 국제올림피아드와는 달리 ‘두뇌활용능력’을 평하는 IHSPO(국제브레인HSP올림피아드)가 바로 그것이다.

뇌교육의 무대인 IHSPO는 2005년 한국뇌과학연구원 이승헌 원장(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의 제안으로 ‘뇌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라는 슬로건으로 창설되어, 올해로 12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4회 국제대회가 뉴욕 유엔본부에서 10개국 500여명이 참가해 개최되면서, 새로운 차원의 두뇌올림피아드로 주목받은 바 있다. 특히, IHSPO 창설기관인 한국뇌과학연구원은 12회를 맞이해 공식슬로건을 ‘인간 뇌의 가치 실현(Realizing the value of the human brain)’으로 변경하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첫째, 인공지능의 경이로움 앞에서 인간 뇌가 가진 고유의 능력인 자연지능을 어떻게 깨울 것인가. 둘째, 물질문명의 발달과는 반대로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부의 양극화 등 인간 뇌의 창조성의 올바른 방향성을 어떻게 갖게 할 것인가.”

두뇌활용능력을 평가하는 만큼 IHSPO 종목도 특별하다. 개발부문 브레인윈도우, 응용부문 스피드브레인, HSP Gym, HSP 12단 등 총 4개 종목으로 진행된다. ‘브레인윈도우’는 인간 두뇌의 가장 의존적인 시각을 차단한 채 대상 정보를 인지하는 종목으로 고등감각인지(HSP) 능력과 몰입성, 메티인지력을 평가한다. '스피드브레인'은 4초간 색상, 모양, 알파벳 등을 제시하고 기억해내는 순간인지능력을 평가하며, 'HSP Gym'은 특정자세를 일정시간 유지하는 것으로 두뇌의 평형감각과 지구력 등을 평가한다. 작년 정식종목으로 편입된 ‘HSP 12단’은 균형감각과 좌우뇌밸런싱 등 신체조절력을 평가함으로써, 학생들에게 뇌와 몸의 상호관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도입되었다.

누구나 뇌를 갖고 있고, 자신의 두뇌능력을 높이고 싶어 한다. 21세 인류 미래의 키워드 ‘뇌’. 인간 뇌에 관한 기나긴 탐구와 여정에서 우리나라는 뇌과학은 뒤 따라 가는 입장이지만, 인간 뇌의 올바른 활용과 계발에 관한 자산은 자부심을 가져볼만 하다. 두뇌훈련 분야의 국가공인 자격체계가 만들어지고, 뇌교육 분야의 4년제 대학과 석박사 대학원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설립되었으며, 연구기관과 비영리국제단체는 각기 유엔NGO에 등록되어 있다.

뇌과학 전문지나 저널은 전 세계적으로 많지만, 뇌활용 분야 뇌교육 매거진으로는 역시 우리나라가 가장 앞서, 가장 오랫동안 발행해오고 있다. 감사하게도 편집장을 11년째 맡고 있는 한국뇌과학연구원 발행 <브레인> 소개란에 명기된 문구에 그 방향성이 잘 드러나 있다.

“인간 뇌에 대한 과학적, 의학적 탐구를 넘어 올바른 활용과 계발에 모두가 귀 기울여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21세기 인류는 인간 뇌의 신비를 탐구하고 있지만, 인간의 의식은 너무나 크고, 넓고, 깊습니다. 뇌를 생물학적 대상 너머 변화의 존재로 인식할 때 인간 뇌의 근본 가치에 대한 진실한 접근이 이루어지며, 밖이 아닌 내면으로의 탐색이 시작될 것입니다”

글.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부 교수, <브레인> 편집장

cybermir@gw.global.ac.kr

매주 화요일에는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부 교수의 알수록 신비롭고 재미있는 인간의 뇌와 뇌교육에 대한 칼럼이 게재됩니다. 장래혁 교수의 브레인콘서트칼럼은 브레인미디어와 코리안스피릿 공동 기획으로 진행됩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