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경상북도 안동시에 위치한 '임청각(臨淸閣·보물 182호)'을 언급하여 화제가 되었다.

▲ 임청각 입구 <사진=안동 국학원장 최수민>

문 대통령은 이날 임청각을 "아홉 분의 독립투사를 배출한 독립운동의 산실이며, 대한민국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역사를 잃으면 뿌리를 잃는 것이다. 독립운동가들을 더는 잊혀진 영웅으로 남겨두지 말아야 하며 명예뿐인 보훈에 머물지도 말아야 한다. 또한,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사라져야 하고 친일 부역자와 독립운동가의 처지가 해방 후에도 달라지지 않더라는 경험이 불의와의 타협을 정당화하는 왜곡된 가치관을 만들었다"라며 독립운동의 공적들을 후손들이 기억하기 위해 임시정부 기념관을 건립하고 임청각과 같이 독립운동을 기억할 수 있는 유적지를 모두 찾겠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이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표현한 임청각에는 어떤 역사가 있을까?

1519년 조선 중기에 건립된 임청각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石州) 이상룡 선생(李相龍·1858~1932)의 생가다.

석주 이상룡 선생은 1910년 일본에 국권을 빼앗기자 간도(間島)로 망명하여 지린성(吉林省) 류허현(柳河縣)에서 신흥강습소(新興講習所)를 열어 동포 자녀의 교육과 군사훈련을 시행했고, 1912년 계몽단체 부민단(扶民團)을 조직하여 단장으로 활약했다. 또 1919년 한족회(韓族會)를 조직하여 동료들의 자치활동에 힘쓰는 등 무장독립운동의 토대를 만들었다.

▲ 임청각 내에는 천지(天地)의 기운이 모인다는 우물방(우물 뒤쪽 오른쪽 방)이 있다. 우물방에는 여러 명의 정승이 난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사진=안동 국학원장 최수민>


임청각에서는 이상룡 선생뿐 아니라 그의 아들 동구(東邱 : 이준형 李濬衡)와 손자 소파(小坡 : 이병화 李炳華)를 포함한 9명의 독립투사도 이 가문에서 배출되었다. 임청각은 3대가 독립운동가로 서훈(敍勳)을 받은 몇 안 되는 독립운동가의 집이자 독립운동의 산실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는 임청각을 불령선인이 다수 출생한 집이라 하여 이 선생에 대한 보복으로 1942년 중앙선 철로 공사 때 행랑채와 부속채 50여 칸을 철거하고 철도를 개통했다. 99칸의 대저택이었던 임청각은 이로 인해 여전히 반 토막이 난 상태로 유지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27일 임청각을 방문했고, 지난 10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문 대통령의 추천으로 영남유림의 뿌리찾기 일환으로 임청각을 찾은 바 있다. 현재 안동시와 문화대청은 일제강점기 강제 훼손된 임청각 원형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27일 임청각을 찾았다. <사진=안동 국학원장 최수민>

국토교통부 또한 문 대통령이 임청각을 언급한 15일 광복절 날 "경북 안동에 있는 임청각 복원사업을 위해 2020년까지 중앙선 복선전철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2010년부터 임청각을 지나는 중앙선에 대한 복선화전철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2020년까지 도담에서 영천까지 145.1km 구간을 복선화하는 사업으로, 이 사업이 완료되면 임청각과 철로 사이의 거리가 6km 정도 멀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임청각을 온전히 복원하는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청각 복원을 주관하는 국가보훈처,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하여 복원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철로 이설 공사를 최대한 빨리 진행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