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함께 시너지를 내서 결과를 이루고 나의 한계를 극복하는 훈련들을 많이 했죠. 제 47년 인생에 갈고닦았던 과정이 지금 이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한 게 아닐까 합니다.”

지구시민운동연합 광주지부 류옥분 국장은 광주에 건강한 지역사회 공동체를 만드는 꿈에 가슴 벅차다고 한다. 후덕한 인상에 사람 좋은 미소를 지닌 류 씨는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딘 농협에서 23년째 일하고 있다. 진심은 통한다는 말을 좋아한다는 그는 그와 인연 맺은 사람들과 평생 나이를 함께 먹어가는 동반자 같은 관계를 유지한다고.

지난해 본격적으로 지구시민운동에 뛰어들어 신나게 오늘을 사는 류옥분 씨를 만났다.

▲ 지구시민운동연합 류옥분 국장.

▶ 지금까지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있다면.

- 지금이 가장 중요한 터닝포인트죠. 성공적인 삶을 위해 앞만 보고 불도저처럼 달려가다 보니 정신도, 몸도 과부화가 되었나 봐요. 위암으로 2014년 7월 위 70%를 절제하는 수술을 했어요. 3개월 요양할 때 만난 분을 통해 단월드를 소개받았어요. 재활치료로 몸을 따뜻하게 하는 운동이 필요해서 찾았어요.

뇌교육 명상과 체조를 하면서 나를 먼저 돌아보고 인생의 참의미가 무엇인가, 앞으로 주어진 생명과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죠. 마치 나를 위해 기다린 것 같이 의식성장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아 적극적으로 참여했죠.

▶ 지구시민운동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무엇인지.

- 살아오면서 나누며 사는 삶,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내면의 목소리는 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방법을 찾지 못해서 무언가 이루고 나서도 가슴이 허한 느낌이 늘 있었죠. 그런데 명상수련을 하면서 이승헌 총장(글로벌사이버대학교)님의 책을 2~3개월 안에 다 읽었어요. 당시 책 한 권도 보기 힘들던 체력이었는데 콩나물이 물을 빨아들여 커나가는 것처럼 그 글들이 마음속에 녹아들었죠. 특히 ‘1달러의 깨달음’이라는 메시지가 굉장히 강하게 와 닿았어요. 1천원(1달러)를 후원하는 1억 명이 구체적인 액션을 통해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공동체 문화를 만든다는 개념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뇌교육 전문과정을 마친 사람들이 공익활동에 많이 참여하는데 그때 지구시민운동에 참여하게 되었죠. 1주일 동안 270여 명에게 ‘1달러의 깨달음’을 알려서 동참시켰어요.

▲ 지구시민운동의 한 분야로, 지역 내 중고등학교에서 친환경교육, 세계시민교육, EM흙공만들기 교육 등을 하고 있다.

▶ 본격적으로 지구시민운동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 지난해 8월 경 지구시민운동연합 김진숙 사무처장이 전국을 돌면서 지역사회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지구사랑사업장 사업을 브리핑하는 것을 들었을 때, ‘정말 가슴 뛰는 일이구나’해서 광주지부 이승민 회장님께 말씀드렸죠. 이 회장님이 광주에서 지구시민운동을 전개할 계획과 그림을 제시하셨는데, 제가 직장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면서 그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2주일간 망설였어요.

그래서 “제가 1년만 이 일을 해도 되겠습니까?”라고 하자, “그런 마음이면 시작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라고 답하셨죠. 그때 뇌교육 명상을 하면서 늘 책상에 붙여놓았던 뇌교육의 BOS법칙 중 ‘환경을 디자인하라’라는 것이 떠올랐어요. 선택하고 액션하면 반드시 창조가 일어날 것이라는 마음에 즉각 선택했죠. 저는 원래 가야할 방향이고 해야 할 일이라고 느끼면 즉각 선택하고 행동하는 편인데, 뇌교육 명상수련을 하면서 그 선택의 속도가 더 빨라진 것 같아요.

▶ 지구시민운동연합 광주지부에서 어떤 일을 하시는지.

- 새로운 일, 해야 할 일을 창조해 나가고 있습니다. 비전의 방향을 액션으로 펼쳐내는 일, 중심을 잡고 사업추진을 해나가는 일, 합심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드는 일을 주로 했어요.

9월 8일 광주의 각 지역 임원진과 첫 만남을 갖고 회의를 자주 했는데, 다들 경험이 많지 않았습니다. 지인이 하는 사업장도 가지만, 그냥 사업장들을 방문해서 추진하자고 의견을 모았는데,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죠. 지구시민 사업장을 하겠다는 사업장이 나오면 필요한 명함, 사업장 명패, 팜플렛, 안내장 등을 바로 중앙사무처에 요구해서 즉시 전달했어요. 발 빠르게 움직이는 광주지역 때문에 중앙 사무처가 바빠서 고생했다고 합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는 솔선수범해서 지구시민 사업장을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움직였습니다. 회장님과 늘 방향에 대해서 상의하고, 임원진, 강사들과 끊임없이 좋은 사례를 공유하며, 힘든 점을 서로 상의하고 문제를 풀어나갔습니다. 열의만으로 안 되는 경우도 있어서 그런 분들은 일대일 컨설팅도 해 주었고요. 새벽 명상할 때 생각나는 분에게는 응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 지난해 12월 12일 열린 '2017 지구시민후원의 밤'에서 광주지부가 최우수지부로 선정되어 상을 받았다.


▶ 광주지부 강사나 활동가 중에 자랑할 분이 많다는데.

- 우리 임원진과 강사들이 모이면 별의별 실패담, 성공담, 에피소드가 쏟아져요. 어떤 분은 잘해서 나도 그렇게 해봐야지 의욕이 넘치기도 하고, 아픈 사연을 들으면 저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하는 구나 감동이 되고 때로 함께 울기도 합니다.

한 분은 청력이 조금 약한 편인데 사업장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개척한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감동이죠. 팀장, 부팀장으로 활동하시는 주부 두분과 주말에 함께 나갔는데, 그분들이 일전에 거절당한 카페를 제가 다시 가자고 했습니다. 다시 카페 사장님에게 지구사랑사업장을 말씀드리니, 전에 소개 한 번 받았다며 기꺼이 동의하셨죠. 그 굿뉴스에 두분이 심기일전하셔서 지금은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모델이 되고 계세요.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해서 얼굴이 바뀌었다고 들으시죠.

지구시민 활동가 중 이정학 변호사는 전문 자격만 3개를 가진 분인데, 지인들에게 소개하지 않고 추운 겨울인데도 팀을 이루어 거리로 나가셨죠. 수없이 많은 거절과 실패를 겪으면서 좌절감을 맛보기도 했지만 자기를 내려놓는 연습이 되었다고 하세요. 한계를 극복하면서 한층 신념도 강해지고 변화된 자신을 발견하면서 기뻐하세요. 벽을 깨고 넘은 성취의 기쁨이 조직의 성공정보로 남게 되었습니다.

▲ 지역내 지구시민 네트워킹을 하고, 사업장과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지구사랑사업장 활동에 나선 광주지부 지구시민 강사와 이승민 회장(오른쪽 다섯번째), 류옥분 국장(오른쪽 첫번째)

▶ 함께 즐기는 이벤트도 많이 열었다고 들었습니다.

- 순간순간 힘이 되는 이벤트를 했어요. 일을 할 때 즐겁고 신이 나야 하잖아요. 그래서 지구시민운동연합 중앙 사무총장님께 제안해서, 목표를 이루고 축하 회식도 했습니다. 정한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고 정하고 미리 파티도 했고요. 열심히 하는 지회나 활동가에게 정성을 담아 깜짝 선물도 전했어요. 즐겁게 했던 것 같습니다.

▶ 지구사랑사업장이나 지구사랑가정을 권유할 때 어떤 마음인지요.

- “실패해도 좋다. 우리가 지구시민운동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런 마음이죠. 그 분들에게 우리 지역사회와 더 나가 지구를 위해 의미 있는 일에 기부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는 거니까요. 누구나 지역사회와 소외계층을 위해 후원하고 싶은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 선한 마음을 깨우는 거죠.

그리고 전국에 10만 명이 참여하는 지구시민 클럽에 사업장을 홍보할 수 있다고 알려드립니다. 우리 지역에 정직하고 성실한 사업장을 알려 지역 지구시민들이 사업장을 애용하고, 사업장끼리 네트워크 해서 함께 시너지를 내고 긍정적인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일에 동참하게 된다는 것이죠.

물론 손님이 많지 않아 힘들다고 하는 경우도 있죠. 맞습니다. 그러나 삶의 경험에서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고 정성은 땅에 떨어지지 않아요. 좋은 일에 후원하면 반드시 좋은 일이 있습니다. 

행사에 필요한 꽃을 주문하거나 간식을 살 때, 그리고 지구시민 강사들이 외식하거나 타이어를 교체할 때도 지구사랑사업장을 애용하고 지구사랑사업장 가입을 축하해드립니다. 지역마다 지구사랑사업장이 확산되고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 지난 10일 지구시민운동연합 광주지부 북구지회 발대식에서 비전브리핑을 하는 류옥분 국장.

▶ 지난 10일 광주지부 중 북구지회가 발대식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 광주지부에서 최초로 북구지회 발대식을 가졌죠. 차서영 북구지회장님이 시작이란 의미로 ‘해오름의 날’로 정했는데, 폭설과 혹한 속에서도 시의원, 구의원, 지역 내 NGO와 봉사단체장, 지구사랑사업장 주, 지구사랑 가정,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참석하셨어요.

이번에 초청을 위해 처음으로 광주광역시 북구의회를 찾아갔어요. 가보니 의원들과 보좌관들을 만날 방법이 생기더군요. “하려는 자는 방법을, 하지 않으려는 자는 핑계를 찾는다.”는 말이 있는데 딱 맞습니다. 해오름의 날 한 시의원께서 오셔서 광주지부 2017년 성과와 올해 비전브리핑을 집중해 듣더니 “늘 고민하고 있던 지역공동체의 모델이 이 곳에 있다. 활력 있는 광주공동체를 회복하는데 함께 하자.”고 하셨어요. 나부터 지구시민이 되겠다고 바로 후원회원을 하셨어요.

▶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특히 보람 있던 일은 무엇인지.

- 광주지부에서는 지역 내 중‧고등학교에 세계시민교육, 친환경 교육, EM흙공 만들기 체험교육 등을 활발하게 추진하죠. 그중 제 딸이 다니는 중학교에 갔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딸 아이 학교부터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교장선생님을 찾아갔더니 전교생에게 강의를 하게 되었어요. 그날 교육은 KBS 광주방송국에서 취재해서 뉴스에 보도되었죠.

사춘기인 딸아이가 “절대 학교 와서 나 아는 척하면 안 돼!”라고 못 박았는데 막상 가보니 자기반 아이들에게 이미 자랑을 했더군요. 딸아이에게 엄마의 훌륭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웃음)

지구시민운동의 프로젝트 중 하나가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활동과 환경개선 활동인데요. 그 중 광주 월곡동 고려인마을에 간 일이 있습니다. 옛 소련에서 강제이주 당해 핍박받던 한인 교포들이죠. 귀국해 경기도 안산시와 광주광역시에 마을을 이루었는데 그분들이 아직도 어려운 환경에 있습니다. 고려인 3세대까지는 장기체류를 인정하는데 4세대부터는 외국인으로 분류되어 3개월마다 출국했다가 다시 입국해야 한답니다. 그곳에 방문해서 쌀 100포대를 전달하고, 우리 역사와 연계된 부분이라 이야기도 많이 들으면서 교감하고, 그분들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 잘 모르던 고려인 마을에 가서 도움을 준다는 것에 지구시민 강사, 활동가들이 보람을 느꼈습니다.

▲ 학생들과 함께 환경에 유익한 EM을 활용한 생활용품 만들기 수업을 하는 류옥분 국장.

▶ 지금까지 자신의 삶에서 동력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
- 큰 목표를 잡고 달성하기 위해 열정을 다하는 가운데 난관은 언제나 있어요. 그 난관을 헤치고 나가면서 한계라고 생각되는 장벽을 타고 넘었을 때 느끼는 희열이 있어요. 그런 것들이 제 삶의 동력이 되었죠. 그런데 우리가 만들어가는 세상이 우리만의 세상이 아니라 지역사회로, 지구촌으로 나아가서 지구라는 큰 하나로 공존하며 각자 작은 역할을 하는구나라는 것이 제게 행복의 새로운 원천이 되었어요. 더 힘들어도 힘을 낼 수 있는 그런 것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지.

- 지구시민운동이 지역사회로 파급되어서 지역의 건강한 공동체, 좋은 공동체 문화를 만드는 변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구시민운동을 통해 더 행복해지고 홍익하는 사회문화를 만들어 후세대에 남기고 싶은 것이 꿈입니다. 딸아이가 항상 바쁜 엄마라고 투덜대는데 아이가 성장해서 엄마가 의미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을 언젠가 인정해주지 않을까요?